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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하는말

노인과 함께하는 삶 (노인이니까 그렇다)

by 별수다 2025. 3. 16.

"엄마는 나에게 오래 묵은 파김치 남은게 냉장고 안에 있으니 그것부터 먹어야 해. 유리 그릇에 담겨 있던데"라고 했다.

엄마 말을 듣고 나는 계속 냉장고 안에서 유리 그릇에 담긴 파김치를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어딘가에서 나오겠지'라고 생각하고 찾기를 멈췄다.

엄마는 답답한듯 직접 냉장고를 뒤지다가 "찾았다!"라며 꺼낸 그릇은 유리가 아닌 스텐용기이고, 투명한 뚜껑을 통해 보이는 것은 파김치가 아니라 여러 김치의 찌꺼기를 모아둔 것이 었다. 

나는 냉장고 안에서 분명 그것을 봤지만 엄마가 나에게 얘기한 것과 너무 일치하지 않아서 꺼내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나는 엄마에게 "그게 무슨 유리 그릇이야! 파김치도 아니네!"라고 핀잔을 주었다.

엄마는 "그러게!"라며 수긍하셨다.

나는 순간 후회했다. '노인이니까 그럴수 있다'라고 생각해야 했는데...

아이가 잘못하면 우리는 "애니까 그렇죠"라고 아량을 베푼다.

하지만 노인이 잘못하면 너무나 야박해진다. 

"나이값을 못한다.", "나이를 어디로 먹었나", "어른이 어른다워야지!" 등등 수많은 비난이 쏟아진다.

이것이 노인을 대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노인에 대해 착각하고 있다.

나이가 많아지면 일정 수준을 넘어설때 인지력이 저하 될 것이다. 뇌는 점점 느려지고, 눈은 흐릿해지고, 신체 하나하나가 무뎌진다.

어쩌면 어린아이보다 못한 수준의 노인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실체를 진정으로 알아야 한다. 그 모습은 결국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그들은 점점 능력이 퇴화되지만 정작 그들 자신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우리 조차도 과거의 그들의 모습과 비교해가며 그들의 현재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국 노인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갭은 충돌과 갈등을 반복하고 가족간 사람간 미움을 만들어 내게 된다.

우리는 노인에 대한 아량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노인이 실수할 때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노인이기 때문에 그렇다!" 라고...